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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변생각

안산을 위한 겟세마네의 기도 - 2019. 4. 17. 안산신문 기고



 

안산을 위한 겟세마네의 기도

양진영<법무법인 온누리 대표변호사> 

 

엘리엇(T.S.Eliot)은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시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고 묘사하였다. 유독 4월에 슬픈 일이 많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 시의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격한 공감을 하곤 했다. 그러나 시 전문을 보면 정작 시인이 노래하고자 했던 것은 동토에서 라일락이 피어나고 봄비가 생명의 잠든 뿌리를 뒤흔드는 봄의 환희가 아니었나 싶다. 즉, 역동하는 생명 애찬의 역설적 표현으로 이해함이 옳을 듯하다.

 

오늘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로 기억될 바로 그날이다. 특히 꽃망울도 채 피기 전에 떨어진 벚꽃처럼, 그 싱그러웠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의 흔적이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우리 안산은, 아직도 쉬 감당할 수 없는 멍울이 가슴 저편을 천근만근 짓누르는 그날이다.

 

세월은 무심한 듯 흘러흘러 어언 5년의 시간이 흘렀으나 우리 기억속의 그날은 오히려 또렷해지기만 하다. 이러한 슬픔은 흥정의 대상도 아니고 정쟁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슬픔은 슬픔자체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승화시켜야 할 일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간혹 산 자들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지나칠 때가 있다.

 

즉, 산 자가 먼저 간 자를 위로함이 마땅한데 반대로 느껴질 때가 있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 중에서)
때로는 이 노래가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제발 싸우지 마세요! 제발 서로 탓만 하지 마세요! 진정으로 먼저 간 우리들을 생각한다면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세요. 당신들이 그리 아귀다툼하고 있는 그 시간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가져보고 싶었던 애절한 순간이랍니다.”

 

2천여 년 전, 이 무렵에는 천지가 창조된 이래 가장 슬픈 일이 있었다.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온 이들 중에 가장 순결한 이가 가장 치욕적인 방법으로 죽임을 당했다. 머리에는 왕관을 흉내 낸 가시면류관을 씌우고, 홍포를 입히고, 갈대를 오른손에 들게 한 후, 조롱하는 이들이 무릎을 꿇어 경배하는 식으로 흠 없는 이를 희롱하였다, 또한 살기를 드러내면서 얼굴에 침 뱉고 갈대로 머리를 치면서, 야윈 몸에 채찍질과 무거운 십자가를 질질 끌게 한 후, 종국에는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 하였다.

그 사건의 기념일도 불과 사흘 후에 있다. 그가 이러한 수난을 예견하고 피눈물로 최후 기도하다가 체포된 장소가 바로 “겟세마네 동산”이다. 절대 고독을 느낀 그는 평소 그렇게 믿겠거니 하는 제자 셋을 데리고 목숨을 건 마지막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를 참지 못한 소위 최측근들은 기도에 동참은커녕 남의 일인 냥 잠만 자고 있었다. 심지어 그 중 제일 믿은 수제자는 막상 위기가 닥치자 저주까지 하면서 모른다고 딱 잡아떼는 절대 배신도 불사했다. 이렇게 천지사방에 누구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고 모두 돌아선 절대 고독의 그 시간. 그때 그의 겟세마네 기도는 과연 어떠했을까. 세상을 위한 원망이었을까. 아니면 질그릇같이 연약한 인간,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처절한 연민이었을까. 위대함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제는, 동토를 이겨내고 라일락꽃이 피어나는 생명외경의 4월을, 어떻게 형용할 길이 없어 잔인한 달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할 수만 있다면 2014년 4월 16일, 이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오늘을 살아야만 하는 우리가 부디 깊은 한과 응어리를 녹여내고, 아직도 여전히 주체할 수 없는 이 슬픔을 온전히 승화시켜 남은 자들이 서로 용서하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싶다. 그날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처럼.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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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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