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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변생각

눈이부시개 - 2019. 4. 3. 안산신문기고

 

호수공원 가로수길에 벚꽃이 만개를 준비하고 있다. 또 4월이 왔다. 얼마 전 종영한 김혜자 주연의 ‘눈이 부시게’는 이 계절에 너무 잘 맞는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 노인이 인생을 회고하는 엔딩 장면이 압권이다. 세월따라 잊혀질까 봐 간단히 옮겨둔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중략)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한때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유행이었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너무 심각하게, 너무 진지하게 살지 말고 그때그때 즐기면서 순간을 누리면서 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 연장선상에 최근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도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시선을 끌고 있다. 열심히 악착같이 발버둥 쳐 봤는데 터널인지 동굴인지 도대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대의 고달픔에 대한 나름 의 해법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세상이 요구하는 매뉴얼대로 열심히 따라해 봤는데 밑도 끝도 없는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은 없고 열정마저 닳아 없어진 지금, 이제 누가 정해 놓았는지도 모를 보이지 않는 룰에서 벗어나 나름 자기가 하고 싶은 삶을 추구하고픈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되고도 남는다. 최근에는 이런 사람들을 ‘재미형 인간’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이들의 신조는 소확행이며 최악의 덕목은 지루함이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있는 저출산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에게는 결혼의 적령기가 따로 있지 않으며, 때가 되면 아이를 낳아 자기 삶을 고스란히 바쳐온 앞선 세대들의 통념적 삶에도 이들은 결정적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왜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에 대비되는 스타일의 사람으로 ‘의미형 인간’을 들곤 하는데 이들은 절제의 삶을 통해 문제의 근본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파 인간들이다. ‘재미형 인간’과 ‘의미형 인간’ 중 누가 더 저력이 있는가, 어떤 형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한 가벼운 논쟁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재미형 인간’은 재미를 통한 창의성 배양을 통해 인생의 방향을 잡아간다면, 진정한 의미형 인간은 재미있는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따지고 보면 궁극적인 서로의 지향점은 맞닿아 있다.

정작 문제는 ‘꼰대형 인간’이다. 이는 고루한 기성세대를 비아냥할 때 주로 쓰는 은어인데 일제시대 작위를 받은 친일파를 조롱하기 위해 차용된 꽁떼(백작의 프랑스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어쨌든 이러한 꼰대의 특징은 무개념, 고착화이다. 이러한 유의 사람들은 변화무쌍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악의 인간상이다. 이러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소확행을 추구하는 ‘재미형 인간’, 자기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의미형 인간’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최근 2~3년 사이 우리사회에 폭풍을 몰고 온 미투운동의 가해자들도 엄밀하게 분류하면 ‘꼰대형 인간’중 최악형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원시수렵시대에나 통할 마초적 본능을 근육질을 통해 자랑하거나 이마저 근력이 부치면 세치 혀를 통해 또는 자신이 갖은 얄팍한 지위를 이용해 품격이탈을 가속하다 추락한 시대의 부적응자들이라 할 수 있다.
봄날은 길지 않은데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이전에는 벚꽃의 지나친 화사함이 때론 불편하기도 했고 때론 불안하기도 했다. 젊은 날 신림동에서 보낸 낭인시절, 고시에 떨어진 해의 봄날 벚꽃은 유난히도 화려했고 이 야속한 봄 손님은 은둔자의 슬픔을 배가시켰다. 간신히 터널을 빠져 나와 다시 맞이한 4월의 벚꽃은 더 이상 불편하지는 않았으나, 대신 만개했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찾아온 봄비로 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우수수 하얀 솜사탕처럼 사라져 버리는 트라우마가 쌓이면서, 천지사방 벚꽃이 지천으로 흩날릴 때에도 이별을 미리 염려하여 제대로 음미도 못한 채 불안 불안하게 바라보곤 했던 봄날이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쌓이면서 이제는 조금씩 알아간다. 어차피 찰나의 인생이라면 그 순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인생의 특권이라는 것을. 이제는, 내일 비바람이 몰아쳐 저 벚꽃나무에 앙상함만이 남는다 할지라도 내일 걱정은 내일하고 오늘은 저 벚꽃의 향기에 맘껏 취하고 봄날을 찬미하리라. 그래야 내일은 오늘의 화려한 추억을 일용할 양식 삼아 오늘처럼 눈부신 날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재미있는 오늘’, ‘의미있는 내일’,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것이 이제는 가능하다고 본다. 점(點)이 선(線)으로, 선(線)이 면(面)으로 면(面)이 입체(立體)로 이어지듯이 찰나가 눈부시면 인생 전체가 눈부시지 않은 날은 없을 터이니.
 

올 봄에는 호수공원 산책길을 좀 더 편안한 맘으로 거닐면서 벚꽃을 맞이하고자 한다. 아직 채 피워나지 않은 꽃망울이지만 오늘은 기대로, 내일은 환희로, 모레는 추억으로 맘껏 느끼리라.
매일 눈이 부시게. 나도 그럴 자격이 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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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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